[영화 리뷰] 더 포스트

2020. 3. 29. 16:55문학갈피/영상

영화 더 포스트<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과 함께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와는 다르게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작은 지역 신문사였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정부에 관한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정부의 압박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낸 언론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저널리스트의 자질을 옅볼 수 있었다. 정부와 언론에 관한 주제는 국내 느와르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을 만큼 흔하게 등장하는 주제이다. 정부에 휘둘려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 무능력한 기자들을 지켜본 국민들은 여전히 언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언론을 향한 불신은 스크린 너머에도 영향을 끼치며 부패 언론을 그리는 영화들이 많이 상영됐었다. ‘더 포스트는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부패 언론과는 다른 훌륭한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점에서 답답했던 것을 뚫어주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워싱턴 포스트대표인 캐서린의 이야기이다. 캐서린은 기업의 제일 높은 자리에 있지만, 편집장을 비롯한 남성 간부들에게 늘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간부들에게 캐서린의 의견은 늘 못미덥게 느껴졌고, 그녀의 의견은 늘 무시당했다. 여성이 대표의 자리에 오르는 일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에 캐서린은 언론사의 첫 여성 발행인이었지만 남자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마저 자신의 자질을 의심하며 괴로워 한다. 그러던 중 워싱턴 포스트 내에 닉슨 대통령의 비리가 담긴 펜타곤 페이퍼가 입수되고, 그녀는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언론사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소식을 들은 정부 관계자들과 여러 남성 간부들은 정부의 위협과 회사의 앞날을 거론하며 그녀를 만류했지만, 그녀는 남성 간부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다.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페이퍼를 발행하자는 말이 떨어지고, 그녀는 미국 언론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일을 이뤄낸다.

 

정부의 고발로 법정에 서게 된 캐서린은 법정에 들어가기 전 우연히 마주친 정부 측 여비서에게 당신이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라는 응원을 받는데, 이 장면에서는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에 여성간의 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재판에 승소한 후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인터뷰를 하는 남성간부들과 달리, 캐서린은 여성들의 동경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법원을 내려온다. 이 장면에서 캐서린은 역사를 바꾼 영웅으로서, 여성들을 대표하여 주체적인 목소리를 낸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 속 캐서린의 이야기는 단순히 기업 대표 여성의 이야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적 시선들과 그에 대항하며 성장해 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더 이상의 침묵은 없다라는 캐서린의 대사는 진정한 언론인으로서,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의미를 뜻한다. 영화에서 캐서린은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여성 파워에 대한 판타지는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와 눈동자에서 그 또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평범한 여성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발전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공감과 위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