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허휘수 -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2021. 4. 11. 00:47문학갈피/책

심장을 때리는 책이 되길 바라면서도 이 책을 읽는 독자가 편안하길 바란다.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 동료, 자매로서 말하고 싶다.

"우리 부디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삽시다."

-프롤로그 中-

춤을 사랑하는 댄서이자,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상황을 선호하는 유튜버이며, 영상 보는 시간을 진정으로 즐기는 미디어 기업 대표이기도 하고, 술의 매력을 아는 칵테일 바 사장 및 옷에 미쳐 있는 의류 브랜드 사장인 허휘수의 첫 번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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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진심'인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진심이 있어야지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휘수님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남들이 먼저 정해놓은 기준을 깨버리고 자신의 신념대로 발을 넓혀가는 모습이 참 신선하고 멋있었다.
나는 무엇이든 일을 벌일 때 쉽게 지치는 스타일인데,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처음에는 꿈에 부풀어 시작하지만 그 마지노선이 향하는 곳은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이란 걸 깨달았다. 나는 남들 기준에서 완벽해 보이고 싶었던 거다. 그러니까 더 빨리 지치고 애정이 닳아 없어졌던 것 같다.
요즘은 내 속도에 맞는 그리고 내가 주인인 삶을 사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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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같은 현생을 안주삼아 오늘도 취해봅시다

나는 휘수작가님이 대표로 계신 소그노 채널에 '현생 술집'이라는 코너를 매우 좋아한다. 술 한잔 홀짝이면서 사연을 보낸 시청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그런 코너인데,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를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했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그런 고민들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여러 시청자들이 이 코너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루는 술자리에서 친구가 연애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해서 내 나름대로 그에 대한 고찰을 늘어놨더니
그 친구는 나한테 '너 도를 아십니까 그런 사람들 같아. 왜 이렇게 진지해?'라고 했다. 그래서 충격을 받고 엄청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가 없는 성격이다.
일, 취미, 사랑 등 여러 가지를 하며 살아가지만 그냥 대충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기는 싫다.

이런 일이 만연하고 또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참 기괴한것같다.
저런 일들은 한번만 겪어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데 대부분 여성들은 그런 걸 평생에 걸쳐 겪고 있다.
7~8살 때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닫히자마자 나를 쳐다보며 xx년 이라고 했던 남성 배달부 때문에 한동안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했었던 기억.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광판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친 아저씨가 대뜸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자기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꺼지라고 했던 기억. 아마 그 아저씨 말 뒤에는 ‘죽여버리기 전에’가 생략돼있었겠지.. 그땐 자존심이고 뭐고 그냥 바로 오는 버스를 타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었다.
이런 일을 겪고 친구한테 말을 하면 돌아오는 건 나도 얼마전에 그런 일 겪었다는 대답이다.
한마디로 그냥 미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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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counts'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이다.
내가 경험했던 모든 것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축적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쌓인 것들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에서, 인격에서 티가 난다.
이렇듯 경험과 성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나지만, 요즘 삶의 주도권을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다 보면 일주일이 지나있다. 사실 그게 무서워서 블로그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 책은 평탄하고 아주 고요하게 흘러갔던 내 시간들을 깨워준 알람 같은 책이었다.
정신 차리고 적극적으로 내 삶에 개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